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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노래

필자소개 3탄 그의 노래 역사

by 옥스나 삼촌 202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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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거의 수필에 가까운 것 같다. 원래는 뭔가 좀 있어 보이게 적어 내려가고 싶었는데 다들 공감할법한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다 보니 길어지는데 이해 바란다. 어쩌면 다들 이런 계기로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 졌을 거라는 동기부여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후

그렇게 깨달음을 얻은 후, 어디서 어떻게 연습할지가 최대 고민이었다. 그 당시에는 당연히 코인노래방이 최고의 연습시설이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으로 향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어플을 받고 녹음을 해가면서 노래를 연습하기가 매우 좋은 시대지만 필자의 시절에는 불가능한 시대이었다. 그나저나 다들 똑같이 느낄 것이다. 그냥 혼자 흥얼거릴 때는 노래가 잘되는 것 같은데 왜 노래방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를 때는 잘 안 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소리 크기와 관련된 것으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진성으로 부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진성으로 부르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쉽게  설명하겠다. 노래 불렀을 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소리를 작게 낼 수 있으며 목이 편안한 느낌, 거기다가 스스로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린다면 여태 반가성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늘 목에 힘이 들어가고 핏대가 서며 목소리가 크고 목이 잘 쉬었다면 진성으로 부른 것이다. 어쩌면 일명 생목으로 쥐어 짜낸 소리일 수도 있는데 본래의 진성은 이런 것이 아니다.
각설하고 나는 진성으로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고 김경호의 노래가 내게는 너무 높고 어려운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좀 더 낮고, 뭔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가 없을까 하고 찾다가 운명의 노래를 영접하게 된다. 바로 플라워의 endless 다. 플라워는 보컬로 고유진이 있는 밴드그룹이다. 그 당시 드라마의 유명 ost로 endless라는 곡이 유행이었다. 그 당시에는 길보트 차트라고 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리어카에 불법 카세트테이프나 CD를 가득 쌓아놓고 파는 장사꾼들이 많았는데, 이 리어카에서는 항상 그 시대의 가장 인기곡들을 틀어 놓고는 했었다. 여기서 울려 퍼지는 노래가 그 당시 가장 유행하던 곡들이었는데 여기서 자주 들리는 곡들을 길보드 차트라고 했다. 플라워의 endless는 10~30대들이 다 알만한 노래였고 부르기도 쉬운 편이었으며 고유진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노래에 담긴 사랑의 가사에 여성들이 많이 좋아하던 곡이라서 맹연습을 하게 되었다. 독자들이, 남성들이 이 곡을 들어보면 별로 높지 않은 것 같아서 쉽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막상 불러보면 높아서 어렵다.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유는, 일반적인 남성들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음에서 몇 음 차이 안나는 고음영역을 계속해서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는 형님에 나오는 민경훈이 속한 그룹, 버즈의 노래들도 마찬가지의 음역대라 부르기가 어렵다. 요즘은 모놀로그라는 곡이 가수 테이에게 리메이크되어 인기가 있는데 이곡도 불러봤다면 제법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플라워의 곡으로 노래를 연습했고 그때부터는 내 노래실력에 물이 오르게 되었다. 때마침 가을이 되었고 학교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중 메인 행사로 가요제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롭게 예선에 출전하였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교내에서 나는 노래 잘한다고 소문이 제법 나 있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단독으로 불러본 적은 없었지만 합창반 친구들과 노래방에 놀러 가서 불렀던 일들이 소문난 모양이었다. 고등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매력이나 자상한 매력으로 이성에게 어필하기 어렵다. 그 나이대에는 겉으로 직접 드러나는 매력이 최고의 무기이다. 뭐니 뭐니 해도 키 크고 몸매 좋고 예쁘거나 잘생긴 게 최고긴 하다. 그렇지만 노래실력이나 춤실력도 이성에게 어필하는 중요한 매력적인 요소였기에 나는 노래라는 무기를 갖고 있었고 잘생기지 못했어도 무난한 외모라도 예선 무대에 올라갔을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고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실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그러고 몇 명의 참가자 순서가 지나가고 새롭게 전학 온 어느 여학생의 차례가 되었다. 약간 반반? 하게 생겨서 남학생들의 관심을 갖게 했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 당시 양파의 다 알아요를 불렀는데 그 여학생의 노래가 끝나고 나니 남학생들이 모두 넋을 놓고 있었다. 물론 나도 헤벌레 하고 있었지. 충격이었다. 정말 가수가 부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발성이 정말 안정적이었고 고음, 호흡, 바이브레이션(비브라토), 보이스컬러까지 완벽했다. 심사하는 음악선생님께서도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합창반 들어오라고 스카우트 제의 하시더라. 그렇다 그녀가 나의 고교시절 첫사랑이었다. 당연히 예선 1등으로 그녀가 통과를 했고 나는 2등으로 통과했었다. 시간이 지나 가요제에서 1등은 그녀, 2등은 내가 받게 되었다. 그 후엔 결국 음악선생님의 끈질긴 구애 끝에 그녀도 합창반으로 합류하게 되었고 남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독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도 노래를 잘 부르는 남자를 좋아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고, 그 후부터 대외적인 가요제는 꼭 함께 참가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둘이 사귀고...라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다. 안 사귀었고 그녀는 따로 남자 친구가 있었으니 김칫국 마시지 말자. 
 
그렇다. 이때 이후부터는 대외적인 가요제에서 만년 2등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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